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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카 M 이야기 마지막 : 끝맺는 글 & 후배들에게 


   나의 M 이야기는 카메라전문가나 사진전문가가 아닌 보통의 사용자의 관점에서 지극히 주관적으로 작성된 것이다. 읽는 분이 글의 내용에 전혀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더라도 조금이라도 신경쓰거나 섭섭해 하실 필요는 없다. 이런 사용기들은 선데이서울처럼 한 때의 즐거운 읽을거리에 불과할 수도 있다. 초보자들은 이런 개인의 자료에 너무 집착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제 이 글은 별로 도움도 되지 못했을 지도 모르는 지루했던 나의 M 이야기의 마지막이다.


   나는 한번도 사진작가 또는 라이카매니아가 되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또한 그럴 것이다. 나에게는 취미라고 하기에도 어설픈 사진 그리고 라이카, 그러나 나는 과거의 나와 같은 사용자를 위해 글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놈의 원하는 사진장비 하나를 구하기 위해 받아야했던 금전적, 심적 고통이 컸으므로. 하지만 다른 입문자들은 그 고통이 감소될 것이고 출발부터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진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자료를 정리한 것처럼 더 많은 사용자들이 더 훌륭한 정보를 계속 올릴 것이므로.

   라이카클럽(Leicaclub)같은 라이카관련 사이트들은 더 활성화돼야 할 것이다. 라이카 사용자들을 위한 편안한 휴식터이자 사진과 장비에 대한 정보교류의 장소로서. 그동안 다른 사용자들의 왜곡된 시선으로 인해 라이카 사용자들은 제대로 쉴만한 공간이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왜곡된 시선에 대해 책임은 잘못된 정보를 가진 질투어린 다른 사용자들뿐만 아니라 허영심에 가득 찬 일부 라이카사용자들에게도 있다. 라이카에 대해 두드러기를 가진 사진가들은 라이카를 단지 사진을 만들기 위한 도구로서 이용할 수 있는 여러가지 선택가능한 물건중의 하나로 보아야 한다. 사람들이 라이카를 선택하는 것은 자신이 구입가능한 여러가지 카메라중에서 자신에게 가장 훌륭한 만족을 주는 것 하나를 선택한 하나의 경제활동에 불과하다. 라이카를 사용하는 것과 그 사람의 사진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인격과는 더욱 관계가 없다. 과거에는 표현이 가능했을 지도 모르는 정치경제학적 의미는 아무런 설득력도 갖지 않으며, 이제 그러한 표현들은 자신의 정신의 열등함을 드러내 놓는 것에 불과하다. 라이카는 사진을 찍는 도구에 불과하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라이카가 갖는 특성들은 도구로서, 하나의 카메라라는 상품으로서 갖는 특성에 불과하다. 라이카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다른 메이커상품 소유자에 대해 우월감을 가지고 있다면 말릴 수는 없지만 큰 착각이다. 라이카를 많이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부를 과시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물론 그렇게 보아주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단지 자신의 정신의 빈곤함을 나타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날 라이카는 물질적 부나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그런 물건이 결코 아니다. 라이카를 진정으로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그 작은 렌즈를 통해 진지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의 감성이든 철학이든 자신의 내면의 세상을 진실되게 표현해 내고자 하는 사용자들뿐이다.

   사진외의 다른 용도로 카메라를 수집하는 카메라수집가들, 그들은 역설적으로 이들 진지한 사용자들에게는 고마운 존재들이다. 그들은 행여 작은 흠집 하나 날까봐 집 바깥에 가지고 나가기를 두려워한다. 사용을 위해 부담이 없는 중고를 따로 사고 어떤 사용자는 저렴한 다른 회사 상품을 사용하기도 한다. 덕분에 생산되는 라이카의 일정부분은 항상 안전하게 보관되어진다. 결과적으로 이들 수집가들은 사용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장기적으로 안전한 스위스은행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부류는 아니지만 그 취향과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이들 수집가들은 내 개인적 생각보다도 훨씬 중요한 존재로서 문화의 중요 표현수단중 하나인 카메라의 역사를 보존해 주는 기능까지도 한다.    

   소비행위의 한 대상, 즉 효용을 주는 재화의 한 종류로서 라이카를 인정하고 그 구입의 목적이 사용이든 수집이든 그 취향을 인정한다. 그러나 라이카는 사진을 만들기 위한 카메라의 한 종류이지 보석반지나 목걸이처럼 과시하거나 소유의 만족을 주는 용도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라이카는 타고난 아름다움과 훌륭한 기계적인 완성도로 인해 커다란 부가적인 만족까지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라이카가 최대의 효용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은 밖에 나가서 그 밝은 화인더로 세상을 들여다보고 북적거리는 거리에서 사람들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셔터를 누를 때이다. 이러한 사용자들에게 라이카는 본연의 효용을 최대한 제공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본연의 기능에 가장 충실한 도구를 가지고 있다는 소유의 기쁨도 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번 폼으로라도 논하고 싶은 말은 ‘좋은 사진을 만들 수만 있다면 어떤 사진기든 명기이다’라는 바로 이 말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라이카를 사용하면서 더 절실하게 느껴지는 말이다.

   그간 10년이 넘게 사진을 해오면서(솔직한 이야기로는 사진기를 소유해 오면서) 보통의 사진인과 마찬가지로 여러 종류의 카메라를 사용해 왔다. 그렇다면 각 카메라들의 차이점은 분명히 존재하는가? 글쎄, 어떤 기준으로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분명 차이점이 있다. 그럼 그 우열도 분명하게 존재하는가? 그것은 개인의 선호에 의존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개인들에게 그 우열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개인의 선호가 모여 시장 전체의 수요를 결정하고 이는 카메라의 가격결정의 중요한 한 축이 된다. 그러나 개인의 선택은 합리적이라고 보통 말해지지만 인간은 그리 합리적인 존재인것 같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진정 훌륭한 물건도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수요자들 때문에 도태되어 버리기도 하고 때로는 엉터리 물건이 한 시대를 풍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바보들의 행진이 흔하게 벌어지기도 하는 것이 인간세상이다.

   라이카가 역사상 만들어졌던 최고의 카메라라고는 확신하지 않는다. 그러나 반세기를 넘는 바보들의 행진에서 라이카는 소위 명품이라는 칭송을 들으며 살아남았다. 반세기가 넘게 바보들만이 행진할 수는 없다. 라이카의 평가가 단지 한 때의 명성에만 의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름만으로 무조건 최고 명품 대접을 받는 것은 참을 수 없다. 그들의 품질관리정책 또는 판매전략을 사용자들은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이들 현명한 사용자들에 의해 라이카사는 끊임없이 감시되어져야 한다. 단지 과거의 명성 때문에 지나친 금전을 지불할 필요는 전혀 없다.    
   
   올해 필름스캐너를 구입하면서 예전의 사진들을 모니터를 통해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많은 필름들이 보관 잘못으로 분실되거나 변질됐지만 각 카메라가 남겨놓은 필름들이 그래도 조금씩 있었다. 많은 사진들이 없어진 가장 큰 이유는 증거인멸 차원에서였다. 주로 기념사진류의 사진을 찍어오다보니 나름대로 신경써서 찍은 사진들도 있지만 같은 필름에도 여기저기에 과거에 사귀었던 이성의 사진들이 섞여있었다(이제 남은 것은 내 등위의 신발자국뿐이지만). 그런데 상대에게 걷어차이고 새로 사업을 시작할 때마다 공식적으로는 상대의 마음을 배려하는 차원에서(실제로는 증거인멸을 위해) 필름전체를 없애고 없애다 보니 남은 것이 별로 없다. 아마도 나는 결국 오직 마지막 여자의 사진만을 간직하게 될 것이다. 최근에 나는 별볼일없는 작품의 보존을 위해 위험한 정보를 담고있는 일부 필름만을 잘라내는 방법을 택할 정도로 비인간화 되었다. 사람버리는거 이거 정말 시간문제다.  

   각설하고, 당시에 나는 내가 소유하고 있었던 카메라나 렌즈에 대해 항상 조금씩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이러한 불만이 나를 라이카까지 데려왔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사진을 스캔한 결과 나는 뜻밖의 결과들을 얻게 되었다. 스캔한 이미지들이 당시에 동네 현상소에서 뽑았던 사진들과는 다르게 상당히 좋은 화질을 보여주고 있었다(내용은 둘째로 치고라도). 어떤 경우에는 최근 라이카로 찍은 사진보다도 좋은 색감을 보여주기도 한다. 오랜 시간 제대로 보관하지 못해 많이 변질이 되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화질을 떠나 사진의 이미지들이 나에게 아련한 추억들을 떠올리게 하며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어찌 되었든 이러한 경험은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든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은 분명하다.

   지금 나는 예전보다 더 좋은 사진기를 사용하며, 더 좋은 슬라이드필름으로 사진을 찍고 더 좋은 현상소에 처리를 맡긴다. 화질? 물론 다르다. 그렇다면 사진 또한 다른가? 나는 부정한다. 사진의 질은 화질이 좌우하지 않는다. 그 것은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을 경우에만 적용되는 말이다. 지금 나는 과거보다 더 훌륭한 장비로 과거보다는 더 많은 사진을 만들고 있지만 분명 더 만족하고 있지는 못하는 듯하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요즘 내가 만드는 사진중에 스스로 의미를 인정할 만한 것들은 거의 없다. 성능면에서 보더라도 그동안의 기억을 떠올리고 과거의 사진들을 보면서 결국 나는 과거의 나의 무지로 많은 좋은 사진을 만들 수 있는 시간과 정열을 낭비했고, 수많은 명기들을 놓쳤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한 때 나의 손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은 명기들은 너무도 빨리 나의 곁을 떠났고 결국 지친 나는 가장 불만족스럽게 생각하던 렌즈를 가지고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나 자신과 가족, 친구들을 위한 정말 굉장한 일들을 이 녀석은 모두 완벽하게 해냈었다. 지금은 내손을 떠나 있지만 잊을 수 없는 녀석이다. 나는 너무 늦게 배웠다. 무엇을 가지고 있든 어떤 상황이든 최선을 다한다면 이미 충분하며 원하는 결과를 대부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아두어야 한다. 완벽한 카메라나 렌즈는 없다는 것을. 오로지 자신이 좋아하는 카메라와 렌즈가 있을 뿐이다.

   사진은, 사실은 너무도 어렵고 깊은 것이기도 하겠지만, 나처럼 예술이라는 장르에 무지한 사람도 다른 예술 분야에 비해 비교적 쉽게 예술의 맛을 피상적으로나마 느끼게 해주고 편리하게 역사의 한가운데에서 나를 하나의 기록자로 만들어 줄 수 있는 편리한 도구이다. 나아가 사진은 우리의 사상을 고양시키고 교류시킴으로써 개인적으로는 내면의 성장, 사회적으로는 문화발전의 한 축이 될 수 있는 강력한 언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 목적을 잊은 채 그 수단에만 지나치게 얽매여 사진다운 사진을 하기도 전에 지쳐버리고 만다. 나는 M이야기를 쓰면서 M에 대한 나의 애정을 표현한 바가 있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카메라는 카메라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될 수 없다. 라이카가 무조건 최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애착을 갖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떤 기기에 그 이상의 애착을 갖게 되는 것은 거기에 관련된 자신의 정성이나 추억들이 어려 있기 때문인 것이다. 거기에 자신이 원하는 사상에 잘 부응할 수 있고 자신에게 익숙해진 기기라면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나는 이제 친구가 된 내 나이와 비슷한 이 카메라와 더불어 남은 사진생활동안 정신의 여유를 가지고  새롭게 만들어질 추억속에서 여유롭게 조용히 거닐기를 원한다. 아마 나보다도 나의 카메라는 훨씬 더 오래 살아남아 자기의 기능을 수행할 것이다. 그리고 누가 이 카메라를 사용하던지 자신의 추억과 삶(자신의 사고와 철학, 아니면 생의 단순한 즐거움일지라도)이 있는 사진이 거기에 있다면 분명 그 사람에게는 최고의 명기가 될 것이다. 이 카메라에 생명이 있다면 그는 자신의 눈을 통해 오랜 세월을 거쳐 나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의 삶, 그들의 기쁨과 고통을 보게 될 것이다.

   진정한 사진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에 대한 끝없는 성찰 그리고 삶에 대한 뜨거운 정열과 세상을 보는 진실한 눈이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이 것들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세상의 어떤 카메라도 명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나에게 사진가적 기질이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정열은 아직 남아있을지 모르지만 이 마저 요즘은 시들어가는 기분이다. 그리고 세상의 진실은 물론이고 나 자신을 보는 눈조차도 너무 부족하다. 그러나 나는 지금 내게 있는 카메라, 라이카 M과 더불어 비록 한발짝 한발짝 힘들게 내딛는 작은 걸음일 망정 내게 주어진 삶에서 작은 추억과 의미들을 새롭게 만들어가며 나에게만은 세상의 어떤 카메라도 대신할 수 없는 친구이자 명기로 만들고 싶다.

 


   사진에 대한 정열은 있으나 장비에 대한 갈등으로 자칫 소중한 시간들을 지나치게 소비할지 모르는 나보다 경험이 적은 젊은 사용자분들을 위해 두서없이 부족한 글을 적어 봅니다.

 

 

-  라이카 M 이야기 끝 -

 

 

김 화 용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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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Hwayong, Kim     khy906@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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