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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 있는 이야기 : 사라져간 우리들의 유산(遺産)을 그리며

 

 

 * 갯벌사진갤러리 : www.leica-gallery.org/gallery-e

 

   나는 지금 과거 우리의 곁에 있었던 너무도 아름답고 소중했던 존재들 중의 하나를 말하고자 한다. 이미 사라져 버린 것을 이제와서 말하는 것은 무의미할지 모르나 다행스럽게도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고 아직 어느정도는 우리곁에 남아있으며 지금 이순간도 하나하나 사라져가고 있지만 우리의 의지에 따라 사라져가는 유산을 찾을 수도 있기에 나의 글이 조금은 의미를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근래의 몇 년 동안에 인천신공항 건설과 더불어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의 천오백만평이라는 상당한 면적의 갯벌이 사라졌다. 이미 끝나 버린 공항건설문제를 이제 거론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일이고 나로서는 무척이나 가슴아픈 일이다. 이미 엎어진 물, 나는 여기서 거론하지 않겠다(그렇다고 그 일들이 단순히 과거로 파묻히기를 바란다는 말은 아니다. 영종도공항건설과 관련한 그간의 과정과 문제들에 대한 의혹은 차후에 반드시 명확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단지 나는 13년전 대학생시절에 을왕리를 놀러갈 때 보았던 그 드넓고 아름다웠던 갯들판의 모습만을 추억할 뿐이고 한번이라도 그 들판의 한가운데 서서 비릿한 갯흙의 냄새를 맡고 질퍽한 갯흙의 감촉을 느껴보고자 했던 나의 작은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음을 아쉬워 할 뿐이었다.  

 

   그러던중 올 여름에 나는 우연히 영종도에 갈 일이 있었고 영종대교위에서 나는 예전에 보았던 그 갯벌의 모습을 다시 발견하고 놀랐다. 다 사라진 줄만 알았던 그 갯벌이 거기에 펼쳐져 있었다. 영종도와 인천 사이에 있는 섬인 웅견도와 그 일대는 다행스럽게도 예전의 그 모습을 상당부분 간직하며 거기 그대로 있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 광활한 갯벌의 가운데를 고속도로가 관통하여 지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시간을 내어 그곳을 찾기로 했다. 장마비가 쏟아지던 어느 여름날이었다. 나는 물어물어 그곳을 찾을 수 있었다. 잔다리라는 곳을 통해 논목으로 접근하여 2-3km를 도보로 이동하여 나는 영종대교 아래에 다다를 수 있었다. 다리 아래 근처에는 작은 섬이 있는데 나는 섬을 돌다가 다리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십호정도의 작은 마을을 보게 되었다. 한 주민에게 마을 이름을 물으니 그분은 그곳이 '운견도'라고 알려 주었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는 그곳을 '운염도'라 부른다고 하였는데 지도상 표기도 운염도로 되어 있었다. 비록 악천후였지만 운염도와의 첫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한달 후쯤 나는 추석 연휴에 그곳을 다시 찾게 되었고 영종대교 아래에서 야영을 하며 며칠을 보냈다. 나는 정말 오래전에 그려오던 일을 드디어 실행할 수 있었다. 얼마나 가슴 벅차고 행복한 일이었던가! 나는 그 광활한 갯벌을 가로질러 칠면초가  무성한 언덕을 넘고 허리까지 빠지는 뻘들을 건너고 건너 주변의 갯벌들과 소운염도와 마염도일대를 모두 돌아볼 수 있었다. 광활하면서도 여기저기 깊고 강하게 패여져 있는 뻘의 계곡들, 그위에서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들, 소운염도에서 하나의 거대한 왕국을 이루고 살아가던 수만마리의 농게들의 아름다운 자태들..... 그놈들은 자신들만의 왕국에 온 나를 두려워하기보다 하나의 이방인으로 바라보는 것 같았다. 나는 우리나라의 모든 갯벌을 돌아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오래전부터 적지 않은 곳을 다녀 보았다. 그러나 그 어느 곳에서도 이곳 영종도의 갯벌처럼 그 구조가 광활하면서도 힘이 넘치고 생명력이 깃든 갯벌을 보지 못하였다. 힘과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수많은 펄의 언덕들과 그 위를 덮고 있는 칠면초 군락 그리고 그 위의 생명들. 그 넓은 벌판은 조수에 따라 생명이 넘치는 다양한 모습의 뻘의 언덕과 계곡을 드러내 보여주기도 하고 고요가 깃든 아름다운 호수처럼 변해 나를 명상에 빠지게 만들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는 한 부부를 알 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어업으로 십여년 살아오던 그들은 운염도개발과 관련하여 보상문제로 정부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고 그들을 통해 나는 그곳이 개발예정지임을 알 게 되었고 갯벌에 꽂혀있던 깃발과 갯벌을 가로질러 만들어진 도로의 의미를 분명히 알 게 되고 큰 충격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날 저녁뉴스에서인가 나는 그곳 운염도 일대에 골프장건설이 진행중임을 알고 어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 어이가 없었다. 골프장이라니....  이는 분명 무능한 행정과 돈에 눈먼 기업들이 만들어 낼 또다른 과오의 반복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개발예정지는 신공항으로 들어가는 고속도로의 좌측으로 운염도, 소운염도, 마염도를 둘러치는 상당한 면적의 구역이다. 이곳은 앞서말한 영종도갯벌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으로 도로의 우측보다는 작지만 도로가 있기전에는 조수의 흐름이 이어지면서 아름답고 생명력 넘치는 거대한 동식물들의 천국을 이루던 곳이다. 하지만 도로의 개설로 조류의 흐름의 막혀 양단된 갯벌의 생물들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운염도 주민들이 각종 해산물들을 쉽게 잡아 시장에 내다 팔던 시절은 이제 옛날일 뿐이다.

 

   이 아름답고 풍요로운 갯벌은 영종도 주민들을 위한 것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자연으로부터 받은 위대한 유산인 것이다. 국민경제적 차원에서도 이미 갯벌은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경제적, 사회적 생산성을 모두 고려할 때 현재 한국에서 갯벌의 경제적 가치를 초월해서 갯벌의 자리를 대체할 토지이용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한 갯벌을 간척해 농토나 공장등 다른 부지로 대체하는 것은 너무도 비경제적인 경제활동이다. 나는 나의 견해에 반대하는 그 누구에게도 이에대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타당성의 근거를 제시 할 수 있다. 갯벌은 건강하게 잘 보존하는 것이 가장 생산적일 수 있는 천혜의 자원인 것이다. 일부 기업과 부패한 몇 사람의 배를 채우고 단지 소수의 사람들의 휴식공간이 될 골프장건설은 반드시 백지화되어야 한다. 더불어 갯벌을 가로지르는 2km정도의 고속도로는 조류의 흐름을 막지 않는 구조로 개축되어져야 한다. 당국은 이미 도로건설단계부터 이곳의 간척을 계획하고 있었음이 틀림없다. 시민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공청회 한번 열어본 적 없이 말이다.

  

  

 

   해양수산부(98년 기준)에 따르면 한국에서 해마다 평균 74㎢의 갯벌이 사라져가고 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다른 것들과 달리 한번 사라진 갯벌은 되살리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98년 당시 남아있던 전국갯벌면적은 2393였다. 지금은 통계대로라면 2097㎢가 남아있는 셈이다. 이것은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10년후에는 현재 갯벌의 1/3 이상이 사라진다는 말이 된다. 아마 실지로는 더 많이 감소할 것이다. 이미 갯벌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곳들도 많다.  간척된 땅 한 평을 팔아 정부는 몇 만원에서 많게는 십이십만원을 벌 수 있을 것이고 그 땅을 산 사람은 한 평에서 일년에 몇 천원 또는 몇 만원의 돈을 만들 수 있을 지 모른다. 그러나 건강한 갯벌은 그 생산량의 열배 이상을 우리 모두에게 제공해 줄 수 있다.

 

    어떤 이는 나에게 '당신은 환경주이자이냐?'라고 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어리석은 질문이다. 당신이 당신의 가족을 사랑하고 자신의 앞마당을 아낀다고 어떤 사람이 당신에게 '당신은 이기주이자인가?'라고 묻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갯벌처럼 가치있고 아름다운 자연유산을 지키고 간직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것과 같다. 바로 우리의 자손들이 건강하게 숨쉬며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자라날 우리의 정원을 가꾸는 것이다. 온갖 풍성한 선물까지 쉬지 않고 제공해 주는 그 정원은 우리가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자랑스럽고 위대한 유산이며 후손에게 대대로 물려줄 우리들의 소중한 재산이다. 이미 사라져 버린 유산들을 그리워하며 우리는 어리석었던 사람들를 원망한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가 바로 그 원망의 대상이 될 지도 모른다. 풍부한 영양을 공급해 주고 온갖 도시의 더러움을 정화시켜주며 숨막할 듯한 아름다움을 주는 그 광활한 벌판위에서 우리의 후손들이 가슴벅찬 감동의 전율을 느낄 기회를 우리가 박탈해서는 결코 안된다.

 

   부서진 집은 며칠만 다시 고치면 되고 파헤쳐진 산은 수십년이면 다시 푸르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한번 사라진 갯벌은 현 인류가 존재하는 시기에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후손들은 자신에게 돌아갈 유산을 파괴해 버린 무능하고 어리석었던 그들의 조상(바로 우리들)을 욕하게 될 것이다. 우리들의 어리석음이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면, 우리들의 소중한 유산들을 계속해서 잃게 된다면, 어쩌면 삶의 터전을 잃고 떠나야 할 걱정에 아침부터 나의 텐트로 찾아와 술을 찾다 돌아가던 한 웅견도 주민의 쓸쓸한 뒷모습은 바로 미래의 우리 자신의 모습일 지도 모른다.

 

* 음악: 아름다운 강산  노래, 작사, 작곡: 신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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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for my family  and  my friend, Patrick L. Groleau. But I welcome everyone to my homepage.

 

 By  Hwayong, Kim     khy906@yahoo.co.kr

Since 11.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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